DeepSeek로 던져진 파동

최근에 중국에서 DeepSeek이라는 새로운 AI 챗봇이 등장했다. 이 앱이 출시되자마자 미국 시장에서 꽤나 화제를 모았는데, 개인적으로도 꽤 흥미로운 소식 이었다. 미국이 AI 기술에서 선두를 달려온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이제 중국발 AI도 경쟁에 뛰어들었다는 것과, 그로인해 며칠 동안 시장에 변화가 발생 했다. 발표 시기와 시장에서의 효과 발생에 차이가 있기도 했다.

DeepSeek의 모양과 사용 방식은 OpenAI의 ChatGPT나 구글의 Gemini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앱이나 웹사이트에 접속해서 질문을 하면 그에 맞춰 답변을 제공하는 구조다. 그런데 조금 특이했던 점은 답변이 꽤 길고, 의견을 직접적으로 표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정치나 맛에 대한 질문을 하면 "이건 매우 주관적인 주제입니다"라는 식으로 운을 떼며 답변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DeepSeek이 2023년 10월까지의 데이터로 훈련받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앱 버전은 최신 정보에도 접근할 수 있지만, 웹사이트 버전은 그렇지 않다는 제약도 있다. 이건 ChatGPT가 실시간 웹 접근을 제한했던 이유와 비슷하게 보였다. 잘못된 정보를 실시간으로 퍼뜨리는 걸 막으려는 조치도 있을 것이고, 중국 정치적 성격도 있을 것이다.
속도 면에서는 꽤 빠르다는 인상을 받았다. 다만 출시 직후 많은 사람들이 몰리면서 서버가 과부하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런 건 새로운 기술 서비스가 처음 시장에 나왔을 때 흔히 발생하는 문제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다른 AI와 확연히 구별되는 특징도 있었다. 바로 검열이다. 중국에서 금기시되는 주제에 대해서는 답변이 제한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1989년 천안문 광장 사건에 대한 질문을 던졌을 때 DeepSeek은 "그 질문에는 대답할 수 없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여주며 대화를 돌렸다. 반면 ChatGPT는 이 사건에 대해 꽤 상세하게 설명하는 편이다. 이 부분은 중국 정부의 통제를 그대로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이런 방식으로라도 중국발 공개 AI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은 자본의 힘일 것이다.
 

검열에도 불구하고 DeepSeek이 미국 시장에서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기술적 기반에 있다. Meta의 오픈소스 Llama 아키텍처와 AliBaba의 Qwen을 활용하고, 엔비디아 칩(비록 오래된 저렴한 버전이라지만)을 사용했다고 한다. AI 기술이 점점 더 개방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와중에 중국이 이러한 접근 방식을 취한 건 꽤나 흥미로운 전략적 선택이라고 느껴졌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부분은 AI 개발 과정에서 필요한 거대한 자본과 전력 문제다. 최첨단 AI 모델을 훈련하고 운영하는 데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수십억 개의 매개변수를 가진 대규모 언어 모델은 수많은 GPU와 데이터 센터 인프라가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전력 소비와 환경에도 직결되는 문제다. 특히 전력 소비는 AI 모델 운영에 있어 핵심적인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DeepSeek이 비교적 저렴한 버전의 엔비디아 칩을 활용한 것은 이러한 비용 문제와 최신 반도체 수급 문제를 고려한 선택일 가능성이 높다. 
 

AI 분야는 높은 진입 장벽으로 인해 소수의 거대 기술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구조다. 연구 인프라, 데이터 접근성, 고급 인력 확보 등이 모두 필수적이다 보니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 경쟁에 뛰어들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기업이라 하더라도 AI에 뛰어 드는 것은 한번 밖에 제공되지 않는 기업 사활을 걸어야 할 지경이다. 그러나 DeepSeek의 등장은 이러한 기존의 구조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상대적으로 덜 계산적이고 리소스를 적게 사용하는 모델 개발 방법이 앞으로 더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DeepSeek이 진정한 게임 체인저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기존 미국 AI 기업들이 추구하는 수익화 전략에 대한 도전을 의미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는 만큼,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특히 더 효율적인 AI 기술 개발 방식이 등장하면서 비용 절감과 진입 장벽 완화가 어떻게 변화할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