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H1 essential을 사용하며 - 녹음기(Recorder)에 대한 생각
Zoom H1 essential을 일주일동안 사용하며, 사용할때 마다 여러 생각들이 들었습니다.
취미 녹음을 하는 입장에서는 넘쳐나는 영상 시대를 접해가고 있는 요즘, 녹음기를 꺼내드는 것 조차 시선이 집중되던 예전과 다르게 수많은 영상 기기와 필드 마이크들, 그리고 녹음기 사용자들이 늘어나서 더 많은 제조사들이 새로운 제품들을 만들어 주는 것이 즐겁습니다.
좋아하는 Sony PCM 녹음기들도 분명 이런 흐름을 반영한 새로운 모델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실 Zoom 녹음기 시리즈들은 단 하나의 이유로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습니다. 여러 하이엔드 포터블 녹음기들 스펙과 소식, 리뷰들은 챙겨 보지만, 디자인이 제 취향이 아니라 구입하고 싶다는 생각은 1도 들지 않았습니다.
Zoom H1 essential을 구매한 이유는 추천을 위해 직접 사용해 봐야 했기 때문 입니다.
녹음기로 녹음하는 것은 10대때 부터 취미 였습니다. 지금과 비교해도 시골 작은 마을에 살면서 동갑내기 친구가 없던 시기에 녹음기로 녹음하는 것은 혼자 놀기 좋은 취미였을 겁니다. 가족들 목소리와 마음 사람들 목소리, 그리고 작은 마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소한 이벤트들을 녹음 했습니다. 사실 그시절 녹음했던 기억은 생각하기 싫은 내용 입니다. 여차여차 이유로 정리해놓은 녹음 테입들이 분실 됐다는 소식을 접했을때 화가 많이 났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PCM 포터블 녹음기들을 사용해 오면서 좋은 녹음기에 대한 제 나름의 조건이 있습니다.
1. 조용한 마이크와 프리앰프 - 조용하다는 의미는 적은 노이즈를 의미 합니다. 최대 녹음 게인에서도 적은 노이즈가 발생할 수록 좋은 녹음기 입니다. 앰프 역시 헤드폰을 착용하고 녹음 모니터링을 할때 저장되는 녹음 소리와 정확히 같은 소리를 들려줄 수 있어야 합니다. 모니터링할 때 들리는 소리와 녹음된 파일을 재생 했을때 서로 다른 녹음기들도 많습니다.
2. 조작 버튼들의 반응성이 좋고 명확해야 합니다 - 조작 버튼 반응이 느리고 녹음에 필요한 조작 메뉴 접근이 복잡하다면 녹음시 불편을 겪게 됩니다. 가령 전원을 켜고 기다리는 시간이 길다거나, 녹음 버튼을 눌렀을때 몇 초씩 기다려야 한다거나 하는 제품들은 피하게 됩니다.
3. WAV 포맷 녹음을 지원해야 합니다 - 녹음기 하드웨어 성능을 최대한 담아낼 수 있는 비압축 WAV 포맷을 지원해야 합니다. 마치 사진에서의 RAW 포맷 처럼 넓은 대역을 담아낼 수 있어야 음질이 좋고 후편집이 편리해 집니다.
4. 녹음시 녹음 게인 조절 버튼이 있어야 합니다 - 이번에 구입한 Zoom H1 essential이 제가 접한 첫번째 녹음 게인 버튼이 없는 제품 입니다. 편리하다면 편리한 거지만, 일주일 동안 50시간 넘게 사용한 지금도 익숙치 않습니다.
5. 녹음시 녹음 레벨이 실시간으로 표시 되어야 합니다 - 녹음 모니터링은 헤드폰으로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헤드폰을 착용한 실시간 모니터링 보다 녹음기 화면에 표시되는 레벨 표시를 바라보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레벨 표시는 빠르고 명확해야 합니다. 표시되는 반응이 느리다면 의미 없는 기능이 됩니다.
이렇게 정리 될 수 있습니다. 이정도만 충실히 지원돼도 좋은 녹음기라 할 수 있습니다. 그외 기능들은 부수적인 편의성을 늘려주게 되겠죠.
이번에 구입한 Zoom H1 essential 은 제가 사용중인 녹음기들 중 두번째 32bit float 를 지원하는 녹음기 입니다.
32bit float은 이제 필수 스펙이 될 겁니다.
그러나, 32bit float은 좋은 녹음 품질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32bit float의 더 큰 레인지로 인해 녹음시 파찰음이나 피크치는 상황이 발생해도 걱정할 필요 없다는 리뷰들이 많습니다. 은근슬적 좋은 녹음기, 하이엔드, 좋은 품질과 엮어 설명하는것은 32bit float=좋은 녹음 품질로 착각할 수 있습니다.
RAW 촬영을 지원하는 DSLR 카메라를 사용한다 해서 더 좋은 사진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32bit float은 단순히 포맷일 뿐입니다.
32bit float은 실수를 보정할 기회를 줄뿐, 녹음 품질이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이 Zoom H1 essential이 될 겁니다.
32bit float의 Zoom H1 essential은 녹음 게인 버튼 없이 전원을 켜고 바로 녹음할 수 있는 간편한 녹음기로, 피크치는 파찰음이나 지나치게 높은 고음이 수음되는 클리핑 상황에서도 편집으로 보정할 기회가 생깁니다.
하지만 민감도(볼륨)가 너무 낮게 설정된 마이크와 저렴한 프리엠프로 설계된 이 녹음기는 24bit 녹음기보다 더 많은 노이즈가 들어 갑니다. 게인이 너무 낮게 설정된 녹음기들은 노이즈가 더 많이 들어 갑니다. 녹음 파일에 노이즈가 많이 들어가는 것 만큼 불편한 것이 없습니다.
녹음 모니터링을 하면서도 녹음 볼륨을 조절할 수 없다는 것은 온전히 녹음 환경 셋팅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그외 편집 전까지는 운에 기대해야 합니다.
Zoom H1 essential은 Zoom H4 essential과 함께 시리즈로 발표 됐습니다. Zoom H4 essential도 전작보다 못한 녹음 품질을 보입니다.
녹음을 위해 셋팅을 하는 이유는 최대한 노이즈 적은 원하는 수음을 위해서 입니다. 녹음 게인 조절을 못하는 녹음기는 전적으로 후편집에 의지하게 됩니다. 32bit float의 넓은 레인지를 믿고 매번 편집을 해야 하는 상황은 끔찍 합니다. Zoom H1 essential을 사용한 야외 녹음은 너무 낮게 수음이 돼서, 거의 무조건 편집으로 게인을 끌어 올려야 합니다.
일기 성격의 녹음을 해 놓고 그 것을 듣기 위해서는 편집을 해야 하는 상황, 이 녹음기를 사용하기 전에는 경험하지 못 했습니다.
32bit float을 지원 한다고 꼭 녹음 게인 조절 버튼을 제거할 필요는 없습니다. 최근 나온 32bit float 지원 녹음기중에 TASCAM Portacapture X8과 X6은 조절 버튼을 제거하지 않고 추가로 LCD 조작 기능까지 포함 시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