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수 작가에게 건낸 데이터 아카이브
오늘은 박혜수 작가와 함께 하드웨어를 점검하고 웹 홈페이지들의 수정 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만났습니다. 박혜수 작가는 만날 때마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사람으로, 만남은 언제나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줍니다. 박작가는 늘 창의성과 에너지로 가득 차 있으며, 대화하는 내내 그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박혜수와의 대화는 마치 끝없는 지평선을 바라보는 듯한 기분을 줍니다. 오랜만에 오프 만남 이었기에 많은 부분에서 서로 공감하며, 예술과 기술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서로 다른 생각들로 인해 충돌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충돌은 피할 수 없는 긴장감을 불러일으키지만, 그 긴장감은 오히려 대화를 풍부하게 만들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그리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술적 필요성을 수용해 가는 작가 이기에 긴장감 자체가 즐겁기도 합니다.
사람간의 만남은 언제나 새로운 영감을 주고, 저를 더 나은 곳으로 이끄는 동력이 됩니다. 대화는 단순한 정보 교환이 아니라, 나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게 하는 소중한 경험입니다. 새로운 시각과 아이디어로 가득 차게 되며, 그것이야말로 대화가 주는 가장 큰 선물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동물에게서도 같은 경험을 하게 됩니다.
오늘 대화에서는 수년 전 박혜수 작가에게 넌지시 던져 놓았던 데이터 아카이브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깊이 꺼냈습니다.
데이터 아카이브라는 상위 주제 하에, 개인 작가들이 작업하고 생활하며 생애에 걸쳐 새로운 작품을 지속적으로 창작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이미지와 문서 작업이 이루어집니다. 이러한 이미지는 전문 촬영가에게 의뢰한 고해상도 작품 이미지들부터 일상 생활과 관련된 활동 사진들까지 포함되며, 문서는 다양한 문서 프로그램에서 생성된 여러 포맷의 문서들이며, 이 문서들은 컴퓨터뿐만 아니라 모바일 기기에서도 생성됩니다. 이렇게 생성된 자료들은 반복적으로 외부 갤러리나 미술관, 큐레이터들에게 선별된 이미지와 문서 형태로 전달됩니다. 작가들은 일반적으로 이러한 자료를 관리하고 다루기 위해 윈도우 탐색기나 Mac 파인더와 같은 파일 관리 프로그램을 사용합니다. 이 프로그램들은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을 제공하지만, 근본적으로 폴더와 파일 이름을 기준으로 자료를 관리하기 때문에 모든 관리가 주체인 작가의 기억에 의존하게 됩니다.
기억에 의존한 자료 관리 방식은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고 동일 분야 내에서의 호환성도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작가가 수십 년에 걸쳐 창작한 작품과 그에 관련된 자료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분류되고 저장될 수 있으며, 이는 후대의 연구자들이 작가의 작업을 이해하고 연구하는 데 큰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미술사적 관점에서 볼 때, 작가의 작업 과정과 작품에 대한 포괄적인 기록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는 단순히 작품 자체뿐만 아니라 작품이 창작된 배경, 작가의 의도, 당시의 문화적 및 사회적 맥락 등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료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작가들이 생성한 수많은 이미지와 문서를 보다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보관, 검색, 공유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며, 이는 작가 개인뿐만 아니라 미술사적 연구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도의 메타데이터 관리 기능을 제공하는 시스템은 각 작품과 문서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기록하고, 이를 통해 후대의 연구자들이 보다 쉽게 자료를 접근하고 연구할 수 있게 합니다. 또한, 이러한 통합 관리 시스템은 작가의 작업이 지속적으로 아카이빙되도록 하여, 작가 사후에도 그의 작업이 일관성 있게 보존되고 연구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합니다.
통합 자료 관리 프로그램은 단순한 파일 관리 도구 이상의 역할을 하며, 이는 작가의 창작 활동과 관련된 모든 자료를 일관되고 체계적으로 보관함으로써, 작가의 예술적 유산을 보호하고 미술사적 연구를 지원하는 중요한 도구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작가의 작품과 그에 대한 이해를 깊이 있게 하고, 예술적 가치와 역사를 보다 충실하게 보존하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게 통합적으로 관리된 자료들은 외부 연구자들에게만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닙니다. 잘 관리된 자료들은 작가 자신의 데이터 생성 작업과 관리에 명확한 기준을 잡아주기 시작하면서 생성과 관리, 검색과 활용에 이르는 디지털 데이터를 다루는 모든 부분에 시간적 효율성을 만들어 줍니다.
익숙함으로 고립될 것인지, 사고를 고립시키는 익숙함에 질문을 던질 것인지, 오랜 시간 고착화된 틀에서는 질문도 새로울 것이 없습니다. 시간은 결코 멈추지 않습니다.